[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37년여 만에 극적으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국민의힘 박상웅 당선인이 개표가 시작된 지 얼마지나지 않아 일찌감치 당선 샴페인을 터뜨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박 당선인 선거 캠프에서 당선 축하 파티가 펼쳐진 시간은 오후 9시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범진보 진영의 압승을 예상한 결과가 나온 지 3시간 만이다. 당시 전국 평균 개표율은 14,5% 기준이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은 박 당선인의 이같은 처신을 두고 경솔함을 지적하며 '경거망동'한 작태라는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국민의힘 총선 상황실은 무거운 침묵이 깔려 초상집 분위기인데 반해 박 당선인의 선거 캠프는 마치 잔치집을 방불케 하는 환호의 도가니로 가득 찼다.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결과가 발표되자 10여분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과 침울한 표정으로 발표 결과를 지켜 보다 어렵게 마이크를 잡고 "우리 국민의힘은 민심의 뜻을 따르는 정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며 "끝까지 국민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개표 결과를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실 방청석에서는 깊은 탄식이 나오는가 하면 격전지에서 박빙 결과가 나왔지만 함성이나 박수는 전혀 없었다고 전해졌다. 또 소감을 밝힌 한 위원장은 상황실에서 곧바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고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도 대부분 자리를 떠나 서너 명만이 자리를 지키는 암울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축하 당선 세레머니가 펼쳐진 박 당선인의 선거 캠프가 보수 진영 지지층에선 곱게 보일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개표 전 박 당선인이 지역구 시·군의원 등에게 보낸 메시지도 논란에 한몫 거들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올 때 쯤 자신의 휴대폰을 통해 지역 시·군의원에게 다음날 일정이 담긴 메시지를 하달했다. 박 당선인이 발신한 메시지에는 '내일 밀양 충혼탑 참배 안내'라는 제목의 메시지에는 "시간 아침 8시 45분 현장 집결. 9시정각 참배. 참배 동참인사 당선자, 3개군 군수·도의원, 시·군의회 의장 및 의원, 캠프 지도부"라고 적혀있다.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의원은 "박 당선인이 나가도 너무 나간다"며 "초선이지만 3선 4선 의원들보다 부족함이 없다고 떠벌리고 다니더만 하는 처신을 보니 완전 사고뭉치다"라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취재할 기미를 보이자 누군가 박 당선인에게 알렸고, 선거 캠프에서는 없던 일로 정리하며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박 당선인은 당선 첫 일정으로 3개 지역 군수와 도·시·군의원들을 대동한 채 밀양아리랑대공원 충효탑을 찾아 참배했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보궐선거에 당선 된 당선인들과 함께 참배하는 것은 맞지만 한창 업무에 바쁜 일선 군수들과 도·시·군의원들을 불러 대동한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전직 한 시의원은 "엄용수·조해진 의원 당시에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박 당선인은 초심을 잃지 말고 당이 어려운 이럴 때일수록 자숙해야 한다. 보여 주기 위한 의전에만 충실하지 말고 진정 지역사회를 위하는 길이 시민들에게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할 때"라고 충고했다.
또 당선 축하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출구조사 결과 보수가 궤멸할 처지에 놓여 있는 아주 긴박한 상황에 자신의 안위 만을 생각하며 당선 축하 파티를 연 박 당선인의 행위에 대해 상식이 있는 인사들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태다"라며 "박 당선인과 선거 캠프 관계자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보수 지지층과 지지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당시 축하 파티에 참석했던 도·시·군의원들과 지역 인사들에 대한 비판도 따른다. "박 당선인이 부족해 설상 축하 파티를 강요하더라도 말려야 할 위인들이 함께 환호하며 잔치집 분위기로 내몰았다면 이 또한 보수 지지층을 기망한 처신이라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는 비뚤어진 사고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박 당선인은 공천을 받자마자 지역구 도·시·군의원들에게 후원금 모집 홍보 인쇄물을 돌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후원금 모집 인쇄물에는 1인당 50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가 들어 있었다. 취재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박 당선인은 지역구 군수에게도 홍보 인쇄물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선거캠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가 취재 일정에 대한 편의를 요구해와 이에 응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이조심판', '운동권심판'을 들고 나온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야당은 제21대에 이어 2연속 압승을 거두며 범진보 192석이라는 '거야'(巨野)를 탄생 시키며 견고한 '여소야대' 구도를 지켰다. 개표가 완료된 11일 오전 11시 현재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1석,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14석 등 총 175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정당 국민의미래 18석 등 모두 108석을 얻는데 그치며 겨우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200석)만 가까스로 지켜냈다.
/임승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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