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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국의 갈지자 행보가 가계대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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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 인상 전 대출을 이용하는 수요와 은행의 대출 금리 상승 영향으로 일정 부분 공급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진단하고, (중략) 정책자금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한정된 지원 여력을 도움이 절실한 분들을 대상으로 집중해야 한다. (중략) 향후 특례보금자리론이 적정한 속도로 공급될 수 있도록 가계부채 추이를 보며 지속해 면밀히 관리해 나가겠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27일부터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의 판매 중단을 발표하며 이렇게 언급했다.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 1월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공급하는 정책 모기지 대출 상품으로 소득 제한 없이 5억원까지 최장 50년까지 빌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런데 오는 27일부터는 6억원이 넘는 주택이나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 이상 대출자를 위한 '일반형'은 판매하지 않는다.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 이하이고 6억원 이하 주택을 사는 대출자를 위한 '우대형'만 판매한다.

지난 1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당시 금융위의 입장과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상품 출시 배경에 대해 "시장 금리 상승이 점차 대출 금리에 반영돼 서민·실수요자 이자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기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대출 금리 변동 위험 경감 등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을 위해 고정 금리 정책 모기지 역할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은 똑같이 필요한데, 특례보금자리론 판매를 축소한다는 얘기다. 이는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 중 하나가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점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그간 당국은 늘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특례보금자리론도 언급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한 경향이 짙다. 급기야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다.

대출 만기가 40년보다는 50년으로 늘어나면 대출 여력이 커지기에 당국이 지적하는 것처럼 DSR의 우회 수단으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활용될 수는 있다. 은행들이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음에도 판매한 것은 당국이 말하는 것처럼 '느슨한' 대출 행태로 보일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을 아예 적용 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보다 가계대출을 부추겼다고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8조3000억원이다.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특례보금자리론의 유효 신청 금액은 35조4000억원, 약 14만9000건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특례보금자리론이 4배 넘게 많다.

근본적으로 지금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고 집값도 올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무주택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완화해 주고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 모기지 대출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명분으로 대출 규제를 풀어주며 길을 터주고 나선 것은 당국이다. 막상 집값이 오르면서 대출이 늘어나니 50년 만기 주담대를 주범으로 몰고 간다면 공범과 주범이 바뀐 것이다.

/이효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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