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남녀의 성별이 바뀌는 소재는 영화와 소설, 드라마에서 자주 차용되는 소재 중 하나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공전의 히트를 한 이유 중 하나는 현빈과 하지원이라는 스타성과 김은숙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도 있었겠지만, 남녀의 신체가 바뀌는 설정도 한몫했다. 현생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대리만족의 쾌감은 여전히 이야기 소재로서 유효하다. 1997년에 제작된 영화 '체인지'. 당시 학교에 다닌 30, 40대들은 영화를 보며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체벌' 등을 보며 만감이 교차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체인지'는 1997년에 제작됐다. 당시 학교를 다닌 30, 40대들은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체벌'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사진=영화 '체인지']](https://image.inews24.com/v1/1db2b4e5c3053b.jpg)
◆ "어디 여자가 재수 없게 굴어?"가 당당하던 시절
![영화 '체인지'는 1997년에 제작됐다. 당시 학교를 다닌 30, 40대들은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체벌'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사진=영화 '체인지']](https://image.inews24.com/v1/ca2da053e9a162.jpg)
주인공 대호(정준 분)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혀 교무실에 오가는 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등굣길이 늦어도 길 가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는 등 어른을 공경하는 다면적 성격을 가진 캐릭터다. 반면 선도부이자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은비(김소연 분)는 학교의 모든 선생님으로부터 칭찬받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부, 두 주인공은 등굣길에서 선도부인 은비와 지각생 대호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방과 후 청소를 맡은 대호는 씩씩거리며 은비에게 쏟아지는 편애에 반발한다. 불만에 찬 대호는 하굣길에 "벼락이나 콱 맞아버려라"고 소리쳐 버린다. '권선징악'이라고 칭하기에는 우스운 이 벼락이 학교 건물 중앙의 시계, 번개, 독수리상을 거쳐 두 사람의 몸에 감전되듯 전달되더니 이내 육체가 바뀌면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Z세대들은 영화를 보다 그 시절 대사를 듣고 경악할 것이다. 둘 사이 다툼이 벌어지자 대호는 은비에게 "어디 여자가 재수 없게 굴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해 태아의 성별 감별이 당연하던 시절, 여자가 아침 첫 손님으로 택시를 타면 재수 없다고 기사가 소금을 뿌리던 '라떼' 시절을 이해하는 데는 이만한 대사가 없을 것이다.
◆ 남녀가 서로의 성을 마주했을 때 느낀 당혹감
![영화 '체인지'는 1997년에 제작됐다. 당시 학교를 다닌 30, 40대들은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체벌'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사진=영화 '체인지']](https://image.inews24.com/v1/dac2979b0d11d7.jpg)
![영화 '체인지'는 1997년에 제작됐다. 당시 학교를 다닌 30, 40대들은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체벌'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사진=영화 '체인지']](https://image.inews24.com/v1/158e491a333cd0.jpg)
이 영화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감독의 연출이나 배우의 연기가 과장되고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건 성 역할이 바뀐 것만이 아니었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당시, 주인공 대호(정준 분)와 은비(김소연 분)가 서로의 성을 마주했을 때 가지게 된 딜레마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주인공들이 서로의 신체에 대해 이해하는 장면에서 당시로서는 금기시했던 것들을 스크린으로 끄집어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 성교육조차 남사스러워하며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아침에 일어났더니 발기가 된 남성의 성기와 달마다 겪는 여성의 생리를 교차시켜 보여주는 건 파격에 가까웠다.
'성적 지상주의'는 지금도 그때도 학생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은비의 영혼이 대호의 몸으로 옮겨지면서 하위권에만 머물던 성적이 갑자기 전교 5등으로 치솟는다. 선생님은 끝 없이 불신한다. 상위권을 유지하던 은비의 성적을 대호가 바닥을 치자, 도저히 한국 생활이 창피해서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부모는 은비에게 이민 통보를 독단적으로 통보한다. 어른들의 안일한 판단과 아이들을 옥죄려는 언행을 비판하면서 어른들의 의식 역시 '체인지' 돼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김소연의 풋풋한 10대, 이경영의 놀라운 검은 머리
![영화 '체인지'는 1997년에 제작됐다. 당시 학교를 다닌 30, 40대들은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체벌'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사진=영화 '체인지']](https://image.inews24.com/v1/690be9f7d49c24.jpg)
![영화 '체인지'는 1997년에 제작됐다. 당시 학교를 다닌 30, 40대들은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체벌'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사진=영화 '체인지']](https://image.inews24.com/v1/e367d19fc600bf.jpg)
'체인지'는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 김소연의 10대 시절을 보여준다. 정준의 여고생 연기는 과장되지만 사랑스럽고 지금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이경영의 검은 머리 시절을 보는 것도 재미난 요소다. 이 영화는 MBC 드라마국 PD인 이진석이 연출했다. 당시 일본 원작을 구매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판권을 구입했다. 원작은 야마나카 히사시의 창작동화 '내가 그 녀석이고 그 녀석이 나이고'(おれがあいつであいつがおれで)를 토대로 영화로 만든 전학생(轉校生, 1982)이다.
/정승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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