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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당겨 받거나 살아남아 왕창 받거나⋯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굵직한 보험상품 2개를 연이어 내놔 관심을 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와 톤틴보험이다. 고령화와 맞물린 노후 생활 자금 마련 상품이다.

지난 11일 금융감독당국은 사후 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 소득으로 유동화하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을 내놨다. 엄밀하게 새 보험상품은 아니다. 기존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당겨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은퇴 후 당장 쓸 돈이 넉넉하지 않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가입한 사망보험금 전체를 쓸 순 없다. 당국이 제시한 건 최대 90%다. 연금 기간과 금액도 선택할 수 있다.

받을 시점을 늦출수록 연금 액수는 늘어난다. 소득이나 재산 조건은 없다. 만 65세 이상, 보험료를 완납한 계약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16일엔 조금 생소한 톤틴보험이란 걸 꺼냈다. 이것도 새로운 상품은 아니다.

2023년 8월 삼성생명이 '삼성 연금보험 플러스(무배당)'를 출시했다. 그해 6월 보험상품의 '중도 환급률' 규제가 풀리면서 사실상 허용됐다.

이 상품은 17세기에 만들어진 연금보험을 기원으로 본다. 이탈리아 금융인 로렌조 톤티가 고안해 상품 이름도 톤틴으로 불린다.

1900년대 미국에선 전체 보험시장의 6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뉴욕에선 1906년에 이 상품을 금지했다.

사망자가 늘어야 나머지 가입자들의 보험금이 많아지는 구조여서 도덕성 논란이 늘 따라다녔다. 이 보험의 관련 기금에서 횡령 사고가 생겨 판매 금지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선 2016년부터 이 보험을 팔고 있다. 당시 보험은 50세에 가입해 매월 4만~5만 엔을 내고 매년 60만 엔을 연금으로 받는 방식. 90세 이전에 사망하면 손실이 생긴다. 100세까지 생존하면 낸 보험료의 150~170%를 연금으로 받도록 설계했다.

우리 금융감독당국은 연금 개시 전에 사망하면 70%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짜고 있다. 당국은 "장수해서 계약을 유지하면 일반상품 대비 연금액이 38%의 상승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보험개발원]

국내 저해지환급형 상품의 대표 격인 IBK연금보험(연 단리 8% 확정이율)은 20년 뒤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률은 87.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계약을 유지하면 연금 적립률은 220% 수준이다.

문제는 계약 유지율이다. 현재 생명보험사의 5년 계약 유지율은 대략 40%. 10명 중 6명이 5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한다. 연금 상품만 파는 IBK연금보험의 계약 유지율도 53% 안팎에 불과하다.

가입자의 계약 유지율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고 연금형 상품의 판매 수수료도 적다는 비판이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설계사의 판매 전략에 따라 상품의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경향이 있다. 설계사들로선 판매 수수료가 적으면 굳이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 판매 수수료가 설계사를 움직이게 하는 동인이다.

이 상품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대안 상품으로 생각하지만, 당국과 보험대리점(GA)을 포함한 보험업계의 인식 차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똑같이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내놓은 두 보험상품. 소비자로선 돈 만드는 방법이 정반대다.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로 보험금의 90%를 당겨쓰거나, '끝내 살아남아 왕창 받으련다'의 차이다.

아마도 보험금을 당겨쓰는 건 생활 형편이 변변치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정(無情)한 부모와 가식(假飾)적인 자녀로 비칠 수도 있겠다.

두 상품 중 하나는 폭망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김병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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