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e47a34dfcc25f.jpg)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저서 '국민이 먼저다' 북콘서트를 통해 사실상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16일 당대표직 사퇴 이후 약 석 달 만의 복귀였지만 그를 향한 지지세는 여전했다. 다만, 경쟁자에 비해 부족한 참석 의원의 수 등은 원내 세력 확장이라는 숙제를 재확인시켰다.
행사 시작 1시간여 전부터 북콘서트가 개최되는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 앞에는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도열해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을 맞았다. 지지자들은 한 전 대표 측근들이 행사장으로 입장할 때마다 각 인사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정성국 의원 등은 이에 미소를 지으며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다.
반면, 행사장 앞 한 켠에서는 일부 유튜버들이 마이크를 잡고 '한동훈 배신자'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4일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친한계 의원들의 '이탈표'를 유도했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다만 한 전 대표 지지자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북콘서트에는 고동진·곽규택·김소희·김건·김상욱·김예지·김태호·박정하·박정훈·배현진·안상훈·우재준·정성국·정연욱·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현역 의원 16명이 참석했다. 또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저서 후반부에서 한 전 대표를 인터뷰한 윤석만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 원외 인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행사의 주인공은 시민들이 돼야 한다'며 사회자의 내빈 소개를 거절했고, 지지자들은 이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저를 지키려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며 대표직 사퇴 당시 발언을 상기시키며 정치 행보 재개를 공식화했다. 특히 '87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사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동시에 겨냥해 "한쪽에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한쪽에서는 29번의 탄핵을 시도했다"며 "이런 시기가 없었다. 말은 잔인해지고 쓸 수 있는 무기는 다 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계엄과 탄핵 모두 헌법에 명시된 조항이지만, 감히 그것까지는 하지 않는 절제의 정신이 서로 지켜온 암묵적인 룰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룰이 깨졌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시대를 바꿔야 한다. 선수만 교체해서는 오히려 우리는 더 잔인해지고, 더 표독스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가짜뉴스' 공격에도 적극 대응할 뜻을 밝혔다. 그는 "저를 두고 '친중정치인'이라는 얘기가 돈다. 내가 그동안 해온 게 있는데, 이걸 팩트 대신 믿는 분도 많다"며 당대표와 법무부장관 재임 시절 추진·완수한 △간첩법 개정 △영주권자 부여요건 강화 △상호주의에 입각한 지방선거 투표권 부여 △불법체류자 엄정 처리 등을 언급했다. 이어 "이런 식(가짜뉴스)이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은 하나하나 반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088aea6696414.jpg)
이후 순서에선 12·3 비상계엄 전후부터 지금까지 본인에게 견제구를 던진 친윤계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을 만났다고 자랑하는 분들은 그 시간에 직언을 해야 했다"며 대표 재임 당시 '윤-한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 김건희 여사 문제, 의료 사태, 명태균 사태, 이종섭·황상무 사태, 김경수 전 지사 복권 문제를 하나하나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 사안들은 명백히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고, 국민들도 그걸 바꿔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재차 "그냥 (윤 대통령에게) 기분을 맞추고, 자리를 같이하고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직격했다.
한 전 대표가 대선 도전 신호탄을 쏘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지만 '지도부 차원의 견제'가 변수라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보수 진영 구심점으로 평가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을 빌려 "집권당 대표가 소신이 지나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한 전 대표를 공개 견제했다.
이러한 기류는 이날 행사 참석 의원 수에서도 드러났다. 행사에 참석한 현역 의원은 16명으로, 최근 경선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의 국회 행사에 50명 안팎의 의원들이 모였던 걸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규모다.
이에 한 전 대표가 향후 친윤계와 고정 보수 지지층을 상대로 정면 대결보다는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한계 핵심으로 꼽히는 정성국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가 광장에 나온 분들(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 것은, 보수당이 민주당의 탄핵 정국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게 된 데 대한 진심이 담긴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도 이날 "이대로 가다간 정말 위험한 사람에 의해 위험한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해, 보수 진영이 '탄핵 찬반'이 아닌 '반이재명' 구도로 결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 전 대표는 내일 신촌에서 서울대·KAIST 등 8개 학교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조기대선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범열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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