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범야권 대선후보 경선' 제안…野 '시큰둥'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조국혁신당이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 개최 시, 대선에 출마한 야권 후보를 모두 모아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제안했다. 경선 절차를 비롯해 공통 공약 등 구체적인 방식까지 마련했지만, 야권 반응은 시큰둥하다.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민주주의 DNA를 계승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의 폭발적인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은 사실상 구체적인 설계까지 마쳤다. 혁신당에 따르면, 야권이 수용할 경우 △각 정당 모든 대선 후보 참여한 '원 샷 방식' △결선투표제 도입 △대선 공약 국민 투표 △100% 온라인 투표 등 방식으로 추진된다.

참여 대상은 야권 정당의 모든 대선 후보와 시민사회 추천 인사다. 황현선 사무총장은 "출마를 원하는 모든 후보가 모두 들어와서 하는 방식"이라며 "민주당과 혁신당 후보가 각각 5명, 3명이 될 수 있고, 각 당의 선출 절차를 통해 한 명만 내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한 후보들은 1차 컷오프를 시작으로 2차 경선, 3차 결선투표 등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를 통해 정치 협상에 기댄 단일화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고, 단일 후보 선출 시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당은 판단하고 있다.

대선 후보와 공약 등은 100% 온라인 방식의 국민 투표로 선정된다. 공약의 경우, 참여 정당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되지 않아도 '우선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반영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 권한대행은 "선거인단이 공약을 선정하는 만큼, 사실상 차기 정부의 국정 과제를 국민이 결정하는 구조"라면서 "최종 선정되는 공약은 여러 정당의 공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선거법에 접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은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가다 보면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선 가능하다는 것이 선관위 유권 해석"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제57조(당내경선 실시)가 '정당은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경선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 간 후보자 단일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혁신당은 대통령 탄핵 인용 시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촉박한 일정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황 총장은 "후보가 난립해도 1~3차 절차가 있다"며 "제 머릿속에는 타임 테이블이 있고, 합의만 이뤄진다면 구체적인 일정은 계획대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반응은 시큰둥하다. 각 당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라는 유력 대권 주자를 보유한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선 오픈프라이머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탄핵 국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선 쉽게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후보 난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대전시의회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민주당 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생략해도 될 것이냐에 대한 120만 당원 입장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원내 소수 정당들도 참여 여부에 대해 당장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혁신당의 제안 보다는 독자 행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준석 의원을 대선후보를 세운 개혁신당은 혁신당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천하람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대관식을 같이 하자는 얘기인데, 개혁신당이 왜 대관식을 같이 하는가"라면서 "혁신당이 지금 자체 대선 후보를 세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말하는 것 같다"고 평가 절하했다.

진보당 관계자는 "야5당 원탁회의 주제 중 '새로운 대한민국'에는 조기 대선과 사회 대개혁을 모두 품고 있다"며 "당연히 조기 대선이 확정된 이후 원탁회의 차원에서 대선 관련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열어 놓고 논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헌법재판소 판단도 나오지 않았다"며 "극우 폭동 세력의 위험한 준동이 매일 같이 계속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후보 단일화 방안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4·2 재보궐 선거와 대선 대응 차원에서 선거기획단을 설치한 기본소득당도 난색을 표했다. 혁신당이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실제 '오픈프라이머리'가 성사된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저촉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다.

당 관계자는 "정당 입장에서 선거를 앞두고 여러 유권 해석을 받지만, 진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는 선관위 답변이 주요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기본소득 정책' 실현을 위해선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지만 핵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원탁회의가 있는 만큼, 여기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했다.

혁신당은 설득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은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거부하면 의미와 동력은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 시민사회가 진지하게 검토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