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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기소 검찰 정면 비판


"대통령 바뀌고 검찰·국정원 지휘부 교체되면서 고발"
"검찰, 국정원이 주는 자료 거의 그대로 받아 증거로"
"'검사의 객관의무'가 준수된 수사·기소였는지 의문"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서 관련자들의 유죄를 인정한 1심 법원이 이 사건을 기소한 검찰의 수사 공정성에 대한 비판과 의문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법원이 피고인들의 범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판결문에 검찰에 대한 비판을 남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원 마크. [사진=아이뉴스24 DB]
법원 마크. [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1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씩의 형 선고를 유예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도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재판부는 다만 정 전 실장 등이 중앙합동정보조사팀과 경찰, 통일부 직원들을 시켜 탈북 어민들에 대한 허위 공문서를 작성케 하고(허위공문서작성죄),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조기 종결케 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들이 '북한 주민들의 형사재판 회부 시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북송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흉악범이면 재판 없이도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연결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사건 기소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가 한 차례 수사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각하 결정을 한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바뀌고 그에 따라 검찰과 국정원의 지휘부가 교체되면서 국정원 스스로가 고발인이 되어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가 수사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수사 개시와 기소 과정에서 대통령이 직접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해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고 대통령실이 그와 관련된 언론 브리핑 등을 수행한 것 또한 기록에 의해 확인된다"면서 "검사는 국정원의 고발에 의해 시작된 사건임에도 고발인인 국정원이 주는 자료를 거의 그대로 받아 증거로 사용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 뿐만 아니라 검사는 그에 대한 동일성무결성 검증에도 사실상 대비하지 않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라며 "이른바 검사의 객관의무가 준수된 수사와 기소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범죄사실 부분 즉 이 사건 북송 결정 및 집행에 관한 부분은 피고인들도 애초부터 사실관계를 크게 다투지 않던 부분"이라며 "그 성질상 사실 인정이 아닌 법리 판단의 방향에 따라 결론이 크게 좌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최초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법리적으로 수사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각하된 사정을 양형에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된 탈북 어민 2명을 청와대 대책 회의와 관계 당국 합동 조사를 거쳐 나포 5일 만에 북송했다. 탈북 어민들이 당초 '생활고에 못 이겨 남하했다'고 주장했으나 합동 조사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사실이 자백으로 드러나면서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같은 달 정 전 실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2년 뒤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판단해 각하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한 달 만인 2022년 6월,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고, 한 달 뒤 국정원이 직접 나서 정 전 실장 등을 다시 고발했다. 검찰은 당시 탈북 어민 북송에 관여했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라인과 국정원 관계자들을 조사한 뒤 2023년 2월28일 정 전 실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결심 공판에서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또 노 전 실장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김 전 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최기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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