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를 향한 검찰 수사 불똥이 삼성그룹으로 번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의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혐의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삼성그룹 최고위 인사들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이모 재경팀 부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증거인멸 및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지난해 5월 삼성 서초사옥 고위 임원회의에서 고위 임원들과 분식회계 증거인멸 방침을 논의한 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모 부사장은 삼성그룹의 과거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으로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불렸다. 현재까지 구속 기소된 삼성 임직원은 8명이다. 검찰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소환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간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증거인멸 및 삼성전자의 지시 여부에 수사를 집중했다. 향후 수사는 본류인 분식회계 혐의 입중에 비중을 두는 동시에 이르면 7월 초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부와 관련 지난 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전략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투자집행 계획을 챙기기 위해 경영진을 소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말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10년간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하고 1만5천명의 전문인력을 채용,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반도체 전 분야의 종합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같은 달 30일 삼성 화성공장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다.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R&D에 1조원을 투입하고 국내 업체들이 취약한 반도체 설계분야(팹리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 인재육성 등 측면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의 주력인 메모리 분야의 위기감도 짙어지는 상황이다. 국내 수출 20%를 차지하는 제1 품목이 메모리 반도체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격 급락이 이어지면서 오는 2분기 실적도 1분기와 마찬가지 '어닝 쇼크'가 예상되는 분위기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으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주요 거래처들의 물량이 크게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의 악화로 반도체 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잇따른 경영 행보엔 이같은 위기감이 강하게 반영된 측면도 크다. 반도체 사업부의 글로벌 리스크 대응을 점검하고 향후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시스템 반도체 부문으로 무게중심 이동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최대 투자자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부정적인 이슈일 수밖에 없다"고 불안감을 전했다.
조석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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