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11번가가 큐텐과 진행하던 지분 인수 협상이 결렬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연내에 투자받은 5000억원에 연 8%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투자자에게 상환하거나 최악의 경우 강제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1번가는 앞서 10월 초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힐 것으로 전망됐지만 발표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1번가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며 좋은 투자자를 계속 물색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모기업인 SK스퀘어는 최근 큐텐에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SK스퀘어는 지난 9월부터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를 큐텐에 지분 교환 방식으로 넘기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공동 경영과 지분 비율을 놓고 의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나일홀딩스는 지난 2018년 5000억원을 투자하며 11번가 지분 18.18%를 취득했다. 당시 조건은 5년 내 11번가가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1번가는 올해 IPO 시한을 넘겼고 지분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큐텐과의 협상 결렬로 11번가는 새로운 투자자나 지분 인수 희망자를 찾아야 한다.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화된 건 없다. 다만 FI와 해결할 문제가 있는 11번가 입장에서는 매각이 절실해 보인다.
현재의 상황에서 11번가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콜옵션 조항에 따라 SK스퀘어가 투자금 5000억원에 연 8% 이자를 더해 사모펀드 지분을 사들이거나, 사모펀드가 SK스퀘어가 가진 11번가 지분까지 모두 매각하는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이다. 11번가가 투자자와 잘 협상해 IPO 기한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다만 드래그얼롱까지는 희박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드래그얼롱 과정 자체도 지난할뿐더러 11번가의 가치가 과거보다는 저평가됐지만 실적 흐름이 나아지고 있어서다. 11번가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60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6%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9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0억원(14.1%) 줄었다. 11번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흑자 전환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SK스퀘어는 새로운 투자자로부터의 자금 유치와 기존 투자자에 대한 투자금 반환이라는 숙제를 가지고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며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큐텐도 이번 협상에 대해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포함하면 국내 이커머스 3위 업체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큐텐은 11번가 인수를 위해 앞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 법무 헤드를 데려와 실사에 참여시키고 현금을 준비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구서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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