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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한파] ㊤ 개발자 내보내는 게임사들…사정도 제각각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조직 축소하고 허리띠 졸라매는 게임사들

게임 및 IT 기업이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 풍경. [사진=성남시청]
게임 및 IT 기업이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 풍경. [사진=성남시청]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칼바람만큼이나 매서운 고용 한파가 게임업계에 불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 강화와 신작 부진 등의 이유로 고용 규모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게임사들이 나타나면서 업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IT·게임업계에 이어진 개발자 연봉 인상 도미노의 후폭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베스파, 엔픽셀, 원더피플, 데브시스터즈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중소·중견급 게임사들의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 역시 신사업 부진, 시장 축소 등의 이유로 조직을 축소하거나 재택근무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광경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킹스레이드'로 유명한 베스파는 지난해 극소수의 핵심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며 게임업계 고용 한파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타임 디펜더스' 등 신작의 성과가 부진하면서 경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던전앤파이터의 아버지' 허민 대표가 설립한 원더홀딩스 산하 원더피플도 종무식에서 폐업 가능성과 더불어 구조조정을 통보해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신작 '슈퍼피플'과 개선 버전인 '슈퍼피플2'까지 부진한 성과를 거둔 결과다.

엔픽셀도 연초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랑사가'를 만든 엔픽셀은 2021년 1천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를 만큼 주목받았으나 장기간의 신작 부재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돼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의 경우 최근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프로젝트 인력을 재배치 중이다. 이 과정에서 데브시스터즈가 당일 퇴사 통보를 했다고 알려져 잡음이 일었으나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마이쿠키런 인력들은 타 프로젝트나 부서로 이동될 예정이나 일부는 권고 사직 등의 형태로 회사를 떠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도 사정은 녹록치 않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북미법인인 엔씨소프트 웨스트가 전체 직원의 20%를 최근 감축했다. 비개발 직책이 정리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7월 엔씨웨스트에 합류한 제프리 앤더슨 CEO도 사임했다. 회사 측은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며 그 일환으로 북미법인의 전략적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자회사인 엔트리브소프트 역시 지난해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올해 조직장들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주 2회로 허용했던 재택근무 역시 주 1회로 축소했다. '배틀그라운드'를 주축으로 그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으나 지난해 선보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다소 부진한 성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 초 열린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비용 효율화와 퍼블리싱 역량을 높이겠다는 경영 방침을 공유한 바 있다.

신작 부진과 자회사 스핀엑스 인수에 따른 외화차입금으로 이중고를 치르고 있는 넷마블은 인건비, 마케팅비 등 몸집이 커진 영업비용을 효율화하는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의 기대 신작 부진과 비용관리 실패 탓에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기대에 못 미쳐 구조조정이 불거진 사례도 없지 않다. 엔씨소프트는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인력 70여명을 대상으로 사내 전환 배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니버스를 SM 계열사 디어유에 양도하고 오는 17일까지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데 따른 영향이다.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는 최근 메타버스게임즈를 흡수합병하고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는 메타버스 월드의 개발 인력 일부를 재배치했다. 신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블록체인 분야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자 불가피하게 내려진 결정으로 파악된다.

IT 및 게임 기업의 도미노 연봉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나온 2022년 기준 설문 조사. [사진=사람인]
IT 및 게임 기업의 도미노 연봉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나온 2022년 기준 설문 조사. [사진=사람인]

◆2년 전 연봉 인상 도미노가 부메랑으로…예고된 악재

게임업계의 이러한 고용 한파는 예고된 악재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2021년부터 신입 개발자 초봉을 5천만원까지 일괄 상향하는 연봉 인상 도미노가 IT·게임업계에 불어닥치면서 영업비용은 증가했으나 신작 흥행을 통한 외형 성장을 도출하지 못한 까닭이다. 연봉 인상 '광풍'이 불 당시에도 부메랑이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는 "2021년 상장 게임사 시가총액 기준 상위 5개 회사의 인건비는 42% 증가했다"며 "연봉 인상 릴레이는 결과적으로 게임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인건비는 올랐지만 신작 배출이 없던 탓이었다. 대형 게임사는 충격에 버틸 여력이 있었지만 중소 게임사들은 충격에 버티기 힘들었다"고 분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연봉 인상 도미노 당시에는 당장 인재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연봉 인상 러시에 동참했던 사례가 많았다"며 "연봉을 올린 만큼 내실을 다지고 신작 품질을 높이는 게 뛰따라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하면서 인건비 부담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작이 부진한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할 수 있는게 인력 감축과 연봉 동결 조치로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최근 국제 정세로 인해 게임을 비롯한 모든 산업군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도로 인해 10여년 이상 이어온 BM까지 바꿔야 하는 혹한기를 맞이했다"면서 "결국 플랫폼과 장르 다변화, 신규 IP 창출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역시 구조조정에 따른 잡음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류호정 의원(정의당) 측은 데브시스터즈의 '당일 해고' 논란이 일자 SNS를 통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 여전함이 환장스럽다"며 "이런 일에 분명히 대응하려고 국회의원이 됐다"고 언급하며 제보를 부탁한다고 썼다.

/문영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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