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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무역장벽 '탄소국경제도'…전문가들 "저탄소 기술에 더 투자해야"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 100% 인정은 어려워"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또 하나의 강력한 무역장벽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나라 수출 전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소하고 방어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생산기술에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CBAM은 수입품 탄소 배출량이 EU 산정 기준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일종의 추가 관세 등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간) CBAM 입법안에 합의했다. 적용 품목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총 6개 품목이며 EU는 전환기간에 플라스틱·유기화학품 추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올해 10월부터 전환 기간이 시작된다. 해당 기간엔 수출 기업에 별도 비용은 부과되지 않고 수입품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 보고해야 한다. 2026년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수출 기업의 상품의 탄소 배출량이 유럽연합 기준치보다 많을 경우 CBAM 인증서나 탄소배출권을 추가 구입해야 한다.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 유럽연합(EU) 회원국 국기들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 유럽연합(EU) 회원국 국기들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탄소 기술에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정부가 EU에 대응해서 바꾸는 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EU가 국제적 룰로 진행하는 게 아니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고 그나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국내 탄소권 거래제(K-ETS) 인정 가능성에 대해선 "EU랑 배출권 거래제가 연동돼있는 국가들은 예외인데 우리나라 배출권 제도는 완전히 인정받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정받으면 좋겠는데 100%는 어렵고, 보고 의무 간소화 등 부분적으로는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에 관해선 "정부 대책은 단기, 중장기로 구분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배출량을 계측해서 보고하는 게 중요하다. 보고를 잘못하면 CBAM에서 패널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이 준비가 덜 돼 있어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저탄소화가 유일한 방법"이라며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에 대해 속도감 있는 투자가 필요한데 아직 투자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라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수소환원제철 등 관련 시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며 "아직은 이른 시기인데 기술이 정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재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해 11월 14일 재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정세록 사단법인 넥스트 선임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CBAM, 탄소중립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 등 미국과 EU의 최근 정책 흐름은 자국 내 산업 저탄소화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 관련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결국 자국 탄소배출량이 감소할수록 관련 무역규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어 사실상 빠른 저탄소화 노력 없는 협의는 장단기적으로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K-ETS 인정 가능성에 대해선 "탄소국경조정세는 EU 지역의 기후목표 달성과 기업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역내 (탄소 배출권) 무상할당을 축소하는 동시에 EU 수출 기업들에게 EU-ETS만큼 탄소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 무역 분쟁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적용 대상 배제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ETS 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현재 K-ETS는 약 2만원인 반면 EU ETS는 80~90유로(한화 10만~12만원)로 가격차이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저탄소 기술개발 지원 관련해선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저탄소 기술 개발과 관련한 노력이 조금 뒤처졌는데 지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접근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현재까지의 정책자금이 연구개발(R&D)과 공통설비 보급 등에 집중된 반면,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저탄소 생산기술의 상용화 관련 사업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상용화 여부는 기업의 경제성 평가가 고려된 부분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완료되고도 경제성이 받쳐지지 않는다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탄소차액계약제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탄소차액계약제도는 기업이 감축설비에 투자 시 정부와 계약을 통해 나중에 사전 합의된 가격보다 배출권 가격이 낮으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로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해당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하위 이행법안에 우리나라 입장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탄소감축 기술개발·감축설비 보급과 금융지원 등 저탄소 생산구조 전환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올해부터 2030년까지 2천97억, 감축설비 지원에 올해 195억, 녹색채권에 3조9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6일 마리아 마틴-프랏(Maria Martin-Prat) EU 통상총국 부총국장과 면담에서 "CBAM은 지난 12월 EU 내 협의가 완료됐는데 실질적 이행방안은 하위규정으로 위임하고 있다"며 "앞으로 하위법령을 마련할 때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통상규범에 합치하고 수출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EU의 CBAM이 본격 시행되면 수출액이 많고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 업계에 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의 관련 자료를 보면 2021년 CBAM 규제 품목의 유럽 수출액은 철강 43억 달러, 알루미늄 5억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 비료 480만 달러로 철강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와 철강협회 등 관련 기업과 기관은 CBAM 하위규정이 나오는 대로 정부와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다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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