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이 모양이라는 걸 똑똑히 봐둬라 [원성윤의 人어바웃]


미디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독자의 연결 고리입니다. TV, 라디오, 인터넷 매체, 유튜브, 책 등 매체가 다양해지며 소통의 매개체는 점점 늘어납니다.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어떤 미디어를 어떻게 봐야할 지 고민의 시간은 늘어납니다. 인물 탐구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이문영 한겨레 기자가 쓴 책 '노랑의 미로'(2020)는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 중 한 곳인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의 한 건물에서 45개 방마다 노란 딱지가 붙은 '강제퇴거 사건'을 토대로 저술된 책이다. 1968년 완공된 그 건물에서는 한 평도 되지 않는 방마다 45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이었다.

◆노랑의 미로

이문영 한겨레 기자가 쓴 책 '노랑의 미로' [사진=오월의봄]
이문영 한겨레 기자가 쓴 책 '노랑의 미로' [사진=오월의봄]

책 '노랑의 미로'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모두 가명이다. [사진=오월의 봄]
책 '노랑의 미로'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모두 가명이다. [사진=오월의 봄]

이 책은 2015년 4월부터 '한겨레21'에 연재한 '가난의 경로'를 바탕으로 1년간 연재가 종료가 된 뒤에도 이 기자가 4년의 변화를 따라가며 경로를 추적해 완성한 책이다. 이 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인의 서사가 챕터별로 나눠져 있는 게 아니라 45명의 가난의 경로를 페이지마다 촘촘하게 엮어서 등장하는 소설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겨레라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기사였고 책이었다.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이들의 이동 경로를 문학적 서사로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이들이 어떻게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며 사는지, 우리 사회 경각심을 울리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서울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서울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고인이 된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선생의 인터뷰가 화제가 된 건 2014년이었다. 한겨레 '이진순 열림'을 통해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고 뽑은 제목은 파격이었다. 서릿발같은 발언이 회자되고 그의 '무소유'적인 삶이 주목받았다. '선배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시라'는 한겨레 칼럼이 2021년 4월에 실렸다.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기자는 변호사 단체와 로스쿨 갈등을 빗대 이런 제목을 실었다. 그로부터 약2년 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김만배 씨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한겨레로부터 해고됐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자금을 썼다. 발을 디디고 있는 현실과 아파트를 향한 욕망의 충돌은 현실을 파괴하고 말았다. 한겨레가 켜켜이 쌓아온 '신뢰 자본'도 눈녹듯 녹아가고 있다.

◆"이 기사는 얼마받고 썼냐"

영화 '베테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베테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베테랑'(2015)의 서도철(황정민 분)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말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언론을 '권력4부'라며 가르치지만, 실제 현장에서 많은 기자들이 현실의 척박함을 이유로 언론계를 떠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언론계를 먹구름을 뒤엎는 사건이 이번주 몰아쳤다. 중앙일보 간부기자 조모 씨는 1억 9천만원을 수수한 것에 책임을 지고 회사에 사표를 냈다. 한국일보 간부기자 김모 씨는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인해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기자 수십명이 수백만원의 '돈 내기' 골프 접대를 받은 것도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5년 만에 언론계에 복귀해 기사를 쓴 내게 "이 기사는 얼마받고 썼냐"는 독자의 댓글에 처음에는 의아했다가 이제는 고개가 절로 푹 숙여진다.

◆'돈 잘 주는 기자 선배' 김만배가 벌인 일

대장동 개발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사진=뉴시스]
대장동 개발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사진=뉴시스]

대장동 개발업자로 언론에 많이 소개돼서 김만배 씨가 기자였다는 걸 모르는 독자들도 많다. 김 씨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지냈고 20년간 검찰과 법원을 담당해왔다. 실제 영향력도 행사했다. 쿠키뉴스 11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7년쯤 머니투데이 계열사인 A사 법원 출입기자가 작성한 B업체 판결문 기사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있다'며 A사측 고위간부를 통해 삭제를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이 반발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무마시키고 결국 기사는 삭제됐다. 대장동 사건의 서사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에 몸서리가 쳐진다.

/원성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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