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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영창 본부장의 '플레잉코치' 역할론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범부처 과학기술 콘트롤타워' 대신 '플레잉코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성장 뿐만 아니라 안보 등까지 과학기술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과학기술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혁신본부가 연구개발(R&D) 전(全)주기에 플레잉 코치(Playing-Coach) 역할을 수행" 하겠다고 천명했다.

취임 초만 해도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범부처 과학기술 콘트롤타워'라는 수식어를 그대로 쓰던 주 본부장은 최근 가는 곳마다 '플레잉코치' 역할론을 설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콘트롤타워'라는 단어는 어느새 사라지고 본부장의 주요 발언마다 '플레잉코치'가 핵심단어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정부의 과학기술혁신정책을 총괄하고, 한 해 30조원에 이르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의 배분·조정,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수행하는 정부조직이다. 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과학기술 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운영위원장도 겸한다. 말 그대로 과학기술정책의 '콘트롤타워'임은 분명하다.

주 본부장의 '플레잉코치'론은 그동안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비판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왔던 '선수심판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갈수록 임무가 막중해 지고 있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범부처 정책조정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독'에서 '선수 겸 코치'로 스스로 몸을 낮추는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선수심판론'이란 정부 R&D예산의 약 40%를 집행하는 과기정통부(선수)에 소속된 과기혁신본부가 범부처 R&D를 종합조정하는 (심판) 역할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한계' 때문에 과기혁신본부는 과학기술계 내부로부터도 범부처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었다. 과학기술계가 걸핏하면 과학기술부총리제 부활을 주장하는 것도 과기정통부의 범부처 조정능력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민관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신설공약을 포기하고 지난 정부의 과학기술 거버넌스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기로 한 상황. 이 같은 제약조건 속에서 주영창 본부장의 '플레잉코치' 론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지난 주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안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새로운 역할론에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지난 13일 정부는 R&D 사업의 예타 기준금액을 현행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늘리고 R&D 예타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며,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맞춰 R&D 예타의 유연성과 적시성을 강화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예타 기준금액 상향은 1999년 예타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 이루어진 것으로, 지난 정부에서도 과기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사항이다. 경제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난 현재까지 예타 기준금액이 20여년 전 기준에 고정돼 있는 것은 물론, 기술변화가 빠른 R&D 사업에 경직된 예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과기계의 한결같은 요구였지만 번번이 재정당국의 반대에 부딪혔었다.

이번에 예타 개편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그동안의 노력과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물려 타이밍이 좋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하지만, 어쨌든 주영창 본부장 취임 이후 그동안의 해묵은 숙제 하나를 부처간 합의로 해결해 낸 것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플레잉코치' 역할론의 진정한 평가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국가 전략기술 체계 및 육성방안' 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기술경쟁력이 국가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국익을 위해 반드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필수전략기술" 10개를 선정한 이후 이를 뒷받침할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새 정부의 정책에 맞춰 추가·조정된 기술들을 종합정리한 '방안'을 오는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가전략기술' 관련 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에 ‘국가전략기술’ 항목을 신설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첨단전략기술’을 규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시행하는 등 부처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이들 법은 물론 기술의 육성과 보호에 관련된 기타 법령들을 포괄하는 최상위 규범으로 국가전략기술 육성보호 정책을 마련한다는 생각이지만 지금까지는 부처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여 왔다. '국가전략기술' 정책의 향방이 尹정부 과기혁신본부의 성공적인 출발을 가늠할 시험대로 지목되는 이유다.

정부조직개편 없이 기존 체계 내에서 과학기술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이기도 한 대통령의 '의지'와 플레잉코치를 자처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실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다. '국가전략기술 체계 및 육성방안'이라는 첫 번 째 시험무대에서 과기혁신본부가 어떤 공연을 펼쳐보일지 주목된다.

/최상국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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