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李·尹, 과학기술 비전 있기는 하나?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대한민국이 달을 탐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카이스트에서 열린 '대선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에서 이번 대선후보들에게 던져진 질문 가운데 하나다.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만든 첫 우주발사체인 '누리호'가 지난해 온 국민의 응원을 받으며 발사되고, 올해 달 궤도선 발사에 이어 KPS(한국형GPS) 프로젝트의 출범, 2030년 달 탐사선까지 정부의 야심찬 우주개발 계획이 속속 실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도발적인 질문이라 할 만하다.

더욱이 '우주'라는 단어에서 '우주산업'을 떠올리든, '미사일, 국가안보'와 연관짓든, SF적인 우주탐험을 상상하든 간에 정부의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정작 그 주인공인 과학기술계가 던진 질문이라는 점은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는다.

그동안 과학기술계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대선후보에게 제기한 질문 또는 요구사항을 보면 세부내용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결국 과학기술계의 위상 강화나 과학기술 예산확대 요구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학기술계라는 이익집단으로서의 관점이다.

이에 따라 대선후보들의 과학기술공약들도 대부분 과학기술(혁신)부총리를 신설한다거나,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위해 정부예산 투자를 확대한다거나 하는 외형적인 변화를 표명하는 데 그쳐 왔다.

반면 과학기술에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과학기술발전으로 이룬 성과를 사회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것인지와 같은 근본적인 철학과 전략, 비전에 대한 질문은 쉽게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과 과실연, ESC 등은 과학기술계 내에서 '현장연구자'에 가까운 이들이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은 "학생과 교수가 모두 참여하는 온라인 소그룹 토의를 거쳐 이번 대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발굴하고, 각 주제와 관련해 대통령 후보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만들었다"고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주류 과학기술단체들과 대선 후보들이 과학기술부총리 등 과학기술 거버넌스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에 현장연구자들은 오히려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셈이다.

이번 행사에 던져진 질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공성'으로 읽혀진다. "대한민국이 달을 탐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 외에도 기후위기로부터 한반도를 구하기 위한 계획,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고 정의롭게 처분하기 위한 계획, '지방 소멸’ 시대를 맞아 비수도권의 과학기술 활동을 진흥하기 위한 방안 같은 질문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당면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정책이 쓰여지기를 요청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은 과학기술 연구 결과가 공공에게 더 신뢰받는 지식으로 향유되도록 하는 정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서는 "정부는 ‘메타버스’처럼 시장의 향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과학기술은 민간의 몫으로 남겨두고, 한국인들이 실질적 삶을 영위하는 ‘유니버스’를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과학기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 제기되는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문제도 한국 사회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충분히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 "과학기술 관련 조직을 개편하기 전에 정부는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연구소를 통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지, 공공 연구가 기업에서 할수 있는 일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먼저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크게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달탐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특정한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찬반의견을 표시하기보다는 정부의 거대공공연구 투자에 대한 원칙을 묻는다. 질문은 이렇게 이어진다. "우리는 다음 정부가 로켓을 만들거나, 달을 탐사하거나, 거대한 가속기를 짓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어떤 공동체로 만들어나갈 것인지 알고 싶다. 이러한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이 단기적인 유행이나 과도한 장밋빛 전망에 휘둘리지 않는 과학기술 지원정책을 펼칠 것인지도 궁금하다."

이번 행사는 3일 동안 5명의 대선후보를 각각 초청해 연속토론의 형태로 기획됐지만 아쉽게도 직접 참가한 대선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 뿐이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양당 후보들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책이 실종되고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대선판에서 과학기술계의 위상강화 요구를 수용하는 공약을 넘어 "대통령이 과학기술정책을 기반으로 공동체가 지향하는 미래의 상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두 개 행정부처가 나선다고 해결할 수 없는, 누구라도 완벽한 답을 제시할 수 없는 국가사회적 난제에 대해, 5년마다 열리는 대통령 선거가 그 해답을 함께 찾아가는 공론장이 될 수는 없는 걸까?

나라의 지도자로 나서겠다는 이들이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거대한 질문들을 마주하고 단편적인 이익공약을 넘어 문제를 바라보는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대통령을 위한 열 가지 과학질문(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사진=카이스트]

/최상국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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