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데스크칼럼] 바나나우유와 공모주 펀드


[아이뉴스24 김동호 기자] 올해는 어느 정도 사그러들 것이라 기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덕분에 목욕탕을 가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불현듯 바나나우유가 먹고 싶어졌다.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 목욕탕을 갔다 돌아오는 길엔 항상 바나나우유를 사먹었다. 그때 먹는 바나나우유는 너무나 시원하고 달았다. 어느 정도는 세상을 가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바나나우유에 대한 사랑이 식어 버렸다. 바나나우유에 실제 바나나는 아주 조금, 극소량만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일까? 사실 바나나우유는 바나나향과 색소가 첨가된 우유일 뿐이었다. 바나나의 느낌을 주기만 한 것이다.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나나우유라고 이름을 지었다면, 바나나를 더 많이 넣었어야 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바나나'우유가 아니고 '바나나맛'우유다.

펀드시장에도 바나나맛우유가 있다. 바로 공모주 펀드다. 공모주 펀드는 공모주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다. 공모주 펀드는 기관투자자의 자격을 갖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공모주 물량을 받을 수 있다. 소위 '대박주'를 더 많이 배정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돈을 끌어모으고 '따상' 행진을 벌이는 등 올해 공모주 시장이 그야말로 '대박'을 쳤던 것을 감안하면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도 상당할 것이다.

'따상'은 최근 공모주 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로, 신규 상장 종목이 상장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거래 시작 이후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올라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럴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는 상장 첫날 하루만 공모가 대비 160% 가량 오른다. 공모주 투자자라면 불과 며칠 사이에 160%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하지만 공모주 펀드들의 실제 수익률은 그리 높지 못하다. 일부 운용사가 겨우 두자리수 수익률을 올렸을 뿐, 대다수의 공모주 펀드 수익률은 한자리에 그쳤다. 올해 상당수 공모주들의 상장 직후 수익률이 100%를 상회한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기대엔 크게 못 미치는 성과다.

사실 저조한 수익률의 이유는 간단하다. 공모주 펀드엔 공모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마치 바나나우유에 바나나가 거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공모주 펀드는 대부분의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어 전체 수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일부 공모주 펀드가 코스닥·벤처기업에도 일부 자금을 투자하며 수익률을 끌어 올리고 있지만 이 역시 부족한 수준이다.

보통 펀드는 그 투자대상이나 투자전략을 펀드명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펀드라 하면 메타버스 관련 종목에 대부분의 펀드 자금을 투자한다. 2차전지 펀드는 2차전지 관련 기업에 투자를 한다. 유독 공모주 펀드만 오롯이 공모주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장엔 직접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수십조원씩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공모주 펀드를 선택하지 않고 번거로운 공모청약에 나서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투자자들은 이미 현명해졌다. 진정한 공모주 펀드의 등장이 필요한 때다.

/김동호 기자([email protected])






alert

댓글 쓰기 제목 [데스크칼럼] 바나나우유와 공모주 펀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