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했음에도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지 않아 회계 일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배당 보험계약자 자금으로 매입한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 차익을 보험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면서, 거버넌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경협회관 사파이어홀에서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현안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경협회관 사파이어홀에서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현안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김민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ce3dbc1946788.jpg)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지난 7월 재무회계학회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3분의 2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대해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지분법을 적용하면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할인해 약 2조원 규모의 보험 부채를 계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생명이 ‘매각 계획이 없으니 현금 유출이 없다’며 보험 부채를 0으로 잡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이는 유배당 계약자의 권리를 의도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으로,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자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생명의 핵심 문제는 삼성화재 회계처리와 계약자 권리 관련 구조로 요약된다. 삼성생명은 지난 4월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화재 지분율이 15.43%로 높아져 자회사 요건을 충족하고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삼성화재 지분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FVOCI)’ 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자본시장법 취지를 훼손하는 전형적인 회계 일탈 사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삼성생명은 보험계약자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으며, 현재 해당 주식의 평가 차익은 40조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IFRS 도입 이후 폐지된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미실현 차익이 계약자에게 배분되지 않아 계약자 몫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영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는 이유가 그룹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는 계열사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어떻게 지배력 유지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2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도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 보험계약자의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고, 이는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쓰여왔다”며 “수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지적했지만, 삼성은 수십 년째 이를 바로잡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명백한 특혜이고, 그 특혜의 수혜자는 삼성생명”이라며 “자본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높은 지금, 삼성생명법은 반드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헤지펀드 헤르메스 아시아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나단 파인스(Jonathan Pines)는 “삼성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고비용 우선주 발행으로 지배권을 유지했다”며 “이런 방식은 선진국 시장에선 이미 퇴출당한 구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삼성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회계 처리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보험계약자 보호라는 두 축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학계와 투자자들은 “계약자 몫이 소외되지 않도록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국제적 수준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삼성이 추천한 신병오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삼성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회계사로서 볼 때, 이번 논란에는 새 보험회계기준에 대한 오해도 있다”며 “계약자 배당은 특정 자산의 수익과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 이익에 근거하며, 삼성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생보사도 같은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산업은 장기 산업인 만큼 단기 차익 실현보다는 재무 건전성과 안정적인 보험금 지급이 우선돼야 한다”며 “외부감사인 역시 해당 회계처리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민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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