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법원의 태광산업 자기주식 교환사채(EB)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기각 판결은 상법 개정의 취지를 왜곡한 것으로 자사주 악용을 방치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자사주를 기초로 한 EB 발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입법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태광산업 EB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법원 결정은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상법 개정의 취지를 외면한 잘못된 판결"이라면서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 발행은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입법이 필요하고,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사주는 본래 주주환원 수단이지만 현실에서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돼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개정 상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태광산업 자사주 EB는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은 올해 6월2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발행주식의 24.4%에 해당하는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3185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자사주 처분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가 갑작스럽게 자사주 전량을 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번 교환사채 발행이 그룹 계열사이자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티투(T2)프라이빗에쿼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2024년 설립된 T2프라이빗에쿼티는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각각 지분 41%를 보유하고,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 이현준과 이현나가 각각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T2PE의 공동 최대주주인 티시스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을 제외하면 이현준이 단일 최대주주(지분율 11.30%)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9월10일 태광산업의 자사주 EB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교환사채 발행을 이사회의 경영판단 범주로 보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경영 판단에 대한 존중만을 강조하면서, 일반 주주의 주주가치 침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태광산업이 처분한 자사주는 처분 규모가 24%에 이르기 때문에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해상충이나 주주 평등 대우 원칙을 무시하고 단순한 경영 자율성의 문제로만 취급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태광산업 자사주 EB에 대한 법원의 판결 이후 유사한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대원제약은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158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정했고, 삼천당제약과 수젠텍 등 제약 바이오 업계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현동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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