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태광산업의 자기주식 교환사채(EB) 발행이 상법 상의 전체주주 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법원이 유지청구권 소송과 교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지만, 회사의 손해를 전제로 하는 유지청구권이나 전체 주주 보호라는 충실 의무와 달리 교환사채가 지배주주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태광산업 가처분 사건을 중심으로 자기주식 교환사채의 법적 쟁점에 대해 논했다.
송옥렬 서울대 교수는 "EB의 대상인 태광산업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24%로 지배권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며 "향후 제3자에게 매각될 가능성이 높고 지배권 방어 등을 위해서 최대주주가 제3자의 선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자기주식을 처분했다고 볼 수 있어 상법 상 이사의 전체주주 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27일 이사회에서 자기주식 약 25%(발행주식총수의 24.41%)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을 의결했다. 이후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자기주식은 회사의 자산이므로 교환사채 발행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며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형식적 이사회 결의 △경영상 목적 부재 △저가 발행 가능성 등 핵심 쟁점이 간과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2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태광산업 가처분 사건을 중심으로 자기주식 교환사채의 법적 쟁점에 대해 논했다. [사진=김민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32ebeb8b57485.jpg)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은 자기주식이 지니는 일반 이슈, 태광산업이라는 특정 기업의 사안, 그리고 가처분 제도의 한계가 뒤섞여 있다”며 “특히 태광산업은 1987년부터 보유해온 대규모 자기주식을 단 한 번도 처분한 적이 없다. 이를 서둘러 EB로 활용한 배경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사회 결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면 선관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 위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또한 가처분은 신속히 결정되지만, 법리적으로 명확하지 않으면 신청인의 소명 부족으로 종결되기 쉽다. 단행적 가처분의 한계와 유지청구의 한계가 결합돼 있어 법원이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택한 ‘자산설’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자기주식은 다른 자산과 달리 기존 주주의 지분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취득 시에는 상법상 주주평등원칙이 적용되는데, 처분 시에는 단순 자산 매각으로 취급해 특정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이사회가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며 판례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환가액 산정 방식도 논란이다. 태광산업은 시가에 10%를 할증해 EB를 발행했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사실상 저가 발행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시가를 기준으로 한 발행이 가장 합리적인 가격 설정 방식이지만, 저평가된 주식에 대한 할증 발행이 법적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변호사 역시 “법원이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본 것은 과거 국세청의 과세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판례에서 비롯됐다”며 “공시할 때는 자기주식을 자본으로 보면서 처분할 때는 자산으로 취급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EB 발행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돌할 소지가 크다”며 “이 경우 단순한 경영판단 원칙이 아니라 공정성 원칙으로 심사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는 “이번 사건은 상법 개정과 판례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이사 충실의무 강화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제도로 이어지기 위해선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자기주식 처분이 신주발행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갖는 이상, 현행 법체계에서는 주주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자기주식을 기초로 한 교환사채(EB)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과 관련해 항소에 나섰다. 이번 항소는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 발행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법적 다툼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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